posted by silverstone236 2015. 2. 3. 02:57

검찰, '땅콩 회항' 조현아 '징역 3년' 구형

 

 

항공보안법상 항로 변경·안전 운항 저해 혐의 등 적용

"끝까지 남의 탓으로 돌려… 자성의 결과 찾기 어렵다"

'증거 인멸' 여 상무, '비밀누설' 국토부 조사관은 2년형   

 

 

 

지난해 12월30일 밤 구속영장이 발부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서울 공덕동 서울서부지검을 나서고 있다.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일 결심공판에서 "비행기를 되돌린 적 없다"며 회항 책임을 기장에게 떠넘기고 항공보안법상 항로 변경 혐의를 부인했다. 폭언과 폭행 혐의는 대체로 시인했으나 "승무원들의 매뉴얼 위반은 지극히 명백한 사실"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오성우)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5일 미국 뉴욕발 A380 항공기를 세운 것은 "서비스에 화가 났기 때문"이라면서도 '비행기를 되돌린 적 없다"고 했다. 또 "(박창진 사무장에게) 하기를 지시한 적은 있지만, (램프 리펀은) 기장의 최종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매우 흥분된 상태로, 그 상황에 집중하고 있어 비행기가 이동중인 것을 몰랐다"고 진술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검사가 "피고인은 난동으로 현장에서 체포됐어야 마땅하다"고 하자 "그런 난동이 있을 경우 기장이 판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경우 기장이 그런 판단을 안 내린 것으로 안다"고 했다. 비행기를 강제로 세우고 되돌린 것뿐 아니라 자신의 난동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은 것도 기장 책임이라고 주장한 셈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한편 박창진 사무장과 승무원의 서비스 매뉴얼 위반이 사건의 발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현장에서의 행동이 정당한가'라는 검사의 질문에는 "잘못된 부분에 대한 지적은 현장에서 해야 한다"면서도 "그 뒤에 보인 행동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폭언·폭행 혐의는 대체로 인정했지만 매뉴얼을 담은 서류철로 박창진 사무장 손등을 내리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재판장이 '평상시에도 직원들을 함부로 대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하자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평소 태도'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눈물을 쏟기도 했다.

 

이런 진술은 '작은 폭행'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법정형이 징역 1년 이상으로 무거운 항로 변경 혐의는 적극 부인한 것이다.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은 증인으로 출석해 사건 이후 두달 만에 처음으로 조현아 전 부사장과 대면했다. 박창진 사무장은 조현아 전 부사장에 앞서 진행된 증인 신문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인권 유린"을 언급하며 격앙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 공항에서 저를 어쩌면 한번 죽였다고 할 수 있다. 한 인간으로서 존재감을 강탈당했다. 마치 봉건시대 노예처럼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조현아 전 부사장의 모습을 "마치 야수가 먹잇감을 찾는 듯이 양 이빨을 갈면서…폭행을 하면서… 더 이상 대화가 안 됐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 쪽 서창희 변호사가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자 "'이 비행기 안 띄울 거야, 세워'라는 발언을 한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못박았다.

 

 

 

'땅콩 회항'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의 결심(구형)공판이 열린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으로 조현아 전 부사장 등 피고인들을 태운 호송버스가 들어오고 있다.

 

 

박창진 사무장은 검사가 "'관심 사원'으로 관리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실제로 그런 시도가 여러 번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앞서 재판부는 박창진 사무장이 계속 근무할 수 있는지를 조현아 전 부사장의 양형(형량을 장하는 것)에 참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공판에 조현아 전 부사장의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 그룹 회장을 출석시켜 "회사생활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확약'을 받기도 했다. 박창진 사무장의 이런 진술이 양형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박창진 사무장은 "나는 단순한 노동자, 소모품 같은 존재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과 오너 일가는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내가 19년간 회사를 사랑했던 그 마음, 또 동료들이 생각하는 그 마음을 헤아려서 더 큰 경영자가 되는 발판으로 삼기를 바란다"고 말하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검찰은 또 조현아 전 부사장의 지시에 따라 진상을 은폐한 혐의(증거 인멸) 등으로 구속 기소된 여운진(58) 대한항공 상무와 대한항공 출신으로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등을 여운진 상무에게 누설한 혐의(공무상 비밀 누설)로 구속 기소된 국토부 김아무개(55) 조사관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출처 : 한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