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silverstone236 2015. 1. 29. 11:11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문고리 3인방 그대로…또 민심과 역주행

 

 

이완구 총리 지명…김기춘·문고리 3인방 모두 유임

'노무현 수사' 우병우 민정수석 승진도…민심역행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마지막 공직이라는 각오로 수락했다"고 입장을 밝힌 뒤 밝게 웃으며 일어서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 지명, 청와대 수석비서관 3명 교체, 특보단 4명을 새로 임명하는 내각과 청와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정홍원 국무총리 후임 후보자에 이완구(65·충남)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명했다.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에서 명칭과 기능을 바꾼 정책조정수석비서관에는 현정택(66·경북)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공석인 민정수석에는 우병우(48·경북) 현 민정비서관, 미래전략수석에는 조신(58·전남)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를 내정했다. 신설된 민정특보에 이명재(72·경북) 전 검찰총장, 안보특보는 임종인(59·서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 홍보특보는 신성호(59·서울)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사회문화특보는 김성우(56·경북) 에스비에스(SBS) 기획본부장을 내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날 인사는 지지율이 취임 뒤 최저 수준으로 급전직하한 상황에서 서둘러 단행됐다. 하지만 김기춘 비서실장과 이른바 '문고리 3인방' 등 국민적 관심이 쏠렸던 인사들이 전부 유임된 탓에, 악화된 민심을 되돌리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다만 이완구 국무총리 카드에 대해선 정치권에선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기춘 비서실장 거취와 관련해 "조직개편이 진행 중이다. 조금 하실 일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3인방'도 모두 건재했다. 윤두현 청와대 수석은 3인방의 역할 조정을 설명하며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청와대 인사위원회에 배석하지 못하도록 했다. 제2부속실이 폐지돼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은 홍보수석실(국정홍보비서관)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은 제2부속비서관실 폐지로 '부속비서관'으로 이름만 바뀌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문고리 3인방'을 통해 외부세계와 소통하는 구조를 바꿀 수 없음을 거듭 밝힌 것이다.

 

 

 

 

이번 인사 발표에 앞서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도 '김기춘 실장 퇴진이 빠진 개편안으로는 민심을 추스르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김기춘 실장의 후임자를 낙점하지 않은 채 이번 인사 발표를 강행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공식 참모 시스템'을 활용하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여당과 행정부를 틀어쥐고 대통령의 뜻을 관철할 사람을 구하려다 보니 '인물난'을 겪게 됐고, 그 결과가 이번 인선 발표로 나타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껏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보다 김기춘 실장에게 의지했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부분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2의 김기춘'을 물색한다는 것은, 여태껏 유지했던 국정운영 방식을 바꿀 뜻이 없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김기춘 실장이 없으면 현안 해결이나 인사를 못할 만큼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무능하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여권의 또 다른 인사도 "'대통령이 이번엔 여론을 수용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크게 바꿨구나, 고뇌가 있었구나'라는 느낌을 줘야 하는데, 마지못해 한 것 같은 인상을 줬다"고 혹평했다.

 

 

 

 

 

다른 인선도 국민들의 눈높이에 못 미치거나 되레 역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병우 민정비서관의 민정수석 승진 발탁이 대표적이다. 야당은 지난해 5월 그가 민정비서관에 임명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의 주임검사를 임명한 것은 민심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부적절한 인사"라고 반발한 바 있다. 지난해 말 '비선 실세' 파동 때 청와대 특별감찰을 주도하며 강압수사 논란을 빚은 바 있는 그가 청와대 공직기강 해이의 진원지로 지목된 민정수석실을 이끄는 게 적절한 지에 대한 비판도 있다.

 

 

 

 

청와대가 개편의 또 다른 축으로 내세운 '특보단' 역시 명확한 책임과 임무가 주어지지 않는 비상근 체제여서, 그동안 '불통' 비판에 시달려온 청와대 시스템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청와대 인사에선 공석인 민정수석 자리를 채우고, 정책조정수석(기존 국정기획수석)과 미래전략수석만을 교체했다. 교체된 이들은 업무에 문제가 있었다거나 쇄신을 요구받았던 대상들이 아니다. 정치권에선 '측근들을 보호하려고 엉뚱한 사람을 날렸다'는 촌평마저 나왔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 소장은 "국민들의 인적 쇄신 요구는 탕평 인사를 해서 소통을 잘하라는 것이었는데,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지 않고 '친박 체제'만 공고화했다"고 평가하며 "총리를 바꾸고 특보단을 만들어 '화장'은 고쳤는데, 제대로 된 역할을 준 것으로 보이지 않아 본질은 안 바뀐 것 같다"고 꼬집었다.

<출처 : 한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