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silverstone236 2014. 11. 15. 17:43
고용노동부 “성희롱은 지나치게 예민한 여성이···”···논란일자 슬쩍 삭제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일자리 정보 사이트 ‘워크넷’에 성차별을 당연시하는 내용이 면접 모범답변으로 제시돼 있다가 논란이 일자 뒤늦게 삭제됐다.

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노동자회·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은 14일 성명을 내고 “워크넷의 ‘취업도우미-면접요령’ 코너에서 ‘여성지원자 연관 질문 및 모범답변’으로 제시한 질문과 답변들 가운데 성차별적 내용이 버젓이 포함돼 있다”면서 고용노동부에 해당 내용의 삭제와 사과문 게시를 요구했다.

워크넷에 올라왔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성희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란 면접관의 질문에 ‘최근 성희롱 관련 재판도 많고, 지나치게 예민한 여성 사원에게 곤란을 당한 회사도 있다’면서 답변으로 “성에 대한 가벼운 말 정도라면 신경 쓰지 않겠고, 농담으로 잘 받아칠 정도의 여유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 너무 지나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상대방에게 완곡하게 대화하여 제 생각을 표현하겠습니다”가 제시돼 있었다.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워크넷’에 게시된 성차별적 면접 질문과 답변. |워크넷 갈무리



또 “커피나 복사 같은 잔심부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란 면접관의 질문에 “커피를 타야 한다면 한 잔의 커피도 정성껏 타겠습니다. 사무실 청소도 할 수 있는데 그건 직장을 소중한 저의 생활공간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가 답변으로 나와있었다.

결혼 관련 항목에서는 “결혼 후, 아기가 태어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란 질문에는 ‘육아 제도 등이 없을 경우, 결혼 후 퇴사를 전제로 하고 있는 회사도 있으므로 신중하게 답변해야 한다’면서 “여성으로서 한때 유아 교육에 대한 책임이 뒤따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을 받아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로 평가 받는다면 일을 계속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가 모범 답변이었다.

“결혼을 언제 할 계획입니까”라는 질문에는 ‘현재로서는 결혼 계획이 없다고 대답하는 것이 현명하다’면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그리고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이성 친구도 없습니다. 우선은 제 일에 열중하고 싶습니다. (중략) 저희 언니들도 결혼보다는 일에 매진하여 서른 살에 결혼하였습니다. 저는 좀 더 늦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라고 답변하라고 조언했다.

여성단체들은 “여성구직자에게만 결혼 계획이나 육아 문제를 질문하는 것은 명백한 성차별”이라면서 “면접에서 벌어지는 성차별을 감독하고 규제해야 할 고용노동부가 이런 질문에 모범답변이라고 제시한 내용은 성차별을 인정하고 더욱 공고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육아제도 등은 법적 강행규정으로, 기업이 알아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결혼 후 퇴사를 전제로 하는 것 또한 명백한 불법인데도 고용노동부는 이를 모른 체 하고 있다”면서 “또한 여성노동자가 성희롱 피해를 당하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성희롱 사건이 지나치게 예민한 여성들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편견을 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고용노동부는 워크넷에서 당장 여성구직자 대상 면접요령을 삭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워크넷 팝업창을 통해 여성구직자들에게 사과하고 면접과정에서 성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고용노동부는 이날 오후 홈페이지에서 해당 내용을 조용히 삭제하며 직원들에 대한 성교육 등을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