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silverstone236 2014. 11. 14. 12:49

여간첩 사건 조작 의혹 제기 PD·변호인 수사 착수

수사 대상 변호사들 민변 소속 “檢 불편한 심기 작용” 시각도


 
지난 7월 26일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의 '아가와 꼽새 그리고 거짓말-여간첩 미스터리'

공안 당국이 ‘여간첩’ 수사 조작 가능성을 제기한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담당 PD와 간첩사건 변호인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비공개 대상인 국가정보원 수사기록이 방송 장면에 그대로 노출돼 제보자 신원이 드러나는 등 위법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수사 대상이 된 변호사들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이다. 이 때문에 각종 공안사건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민변에 대한 수사기관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수사라는 시각도 있다.

13일 공안 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와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는 ‘그것이 알고 싶다’ PD A씨와 여간첩 이모(39)씨 변호를 맡았던 장경욱·박준영 변호사 등에 대해 형사소송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7월 26일 방영된 ‘아가와 꼽새, 그리고 거짓말-여간첩 미스터리’ 편에서 간첩 혐의로 기소된 이씨의 수사·재판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국정원 수사기록, 이씨가 제작진에 보낸 편지, 변호사 증언 등을 토대로 이씨가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 독방에서 5개월간 집중심문을 받은 끝에 “간첩이 맞다”며 거짓 자백했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씨는 지난해 2월 북한 보위부 지령을 받고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에 잠입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1·2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1·2심에서 그는 자신의 범행을 인정했다. 그런데 지난 4월 항소심 선고 이후 구치소를 찾아간 장 변호사를 접견하고 나서 이씨는 “국정원이 사건을 조작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상고심 재판에서는 민변 변호사 10명이 변론을 맡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달 15일 이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검·경은 ‘그것이 알고 싶다’ 당일 방송 장면 가운데 이씨 사건의 제보자가 탈북자 출신 최모씨라는 내용의 국정원 수사보고서가 노출된 부분을 문제 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는 국정원이 직파간첩 혐의자 홍모(40·1심 무죄)씨를 상대로 수사한 기록이다. 방송에는 홍씨가 사용했던 휴대전화 개통 지역이 중국 지린성(吉林省)이라는 내용의 수사보고서도 공개됐다. 이에 제보자로 지목된 최씨는 담당 PD와 변호사 등을 고소했다.

공안 당국은 문제의 장면이 형사소송법 266조 16항 위반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이 조항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검사가 증거로 제출할 서류 등을 사건 또는 소송 준비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타인에게 교부·제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검·경은 법정에 증거로 제출된 수사보고서 사본이 변호인을 통하지 않고는 방송사 측에 넘어갈 수 없는 자료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자 이메일 내역과 통화기록 분석 등을 통해 유출 경위를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 변호사는 현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지난해 11월 독일 포츠담에서 친북 성향의 ‘재독일동포협력회의’가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북한 통일전선부 산하 기관 인사들과 접촉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검·경은 과태료 부과로 그치는 남북교류협력법보다는 국보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집중하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다수의 간첩사건을 맡는 변호사가 간첩 파견 주체인 북한 당국자와 접촉했다면 그 자체가 대단히 부적절한 것 아니냐”고 했다.

지호일 문동성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