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silverstone236 2015. 3. 3. 01:22

새누리당 정문헌은 왜 아직도 국회의원인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실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김무성 대표와 정문헌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간사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뜬금없는 질문일까?

 

그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내용을 유출한 지 2년4개월이 지났다. 재판부가 국가기밀 누설 혐의를 인정해 1천만원 벌금을 선고한 지 두달이 지났고, 그가 항소를 포기한 지 한달이 지났다. 그런데 이제야 묻는가? 반문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직에 있을 때 취득한 국가기밀을 누설했고, 그것도 왜곡시켜 유출했고, 대통령 선거에 악용했다. 그로 말미암아 새 정부가 들어서고도 1년 동안이나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국론을 분열시켰고, 대한민국 정부를 외국 정부가 믿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런 사람이 아직도 국민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다면, 국가와 국민의 안녕을 위해 묻고 또 물어야 한다.

 

무식한 물음일까?

 

 

 

선거법 위반이 아닌 이상, 벌금형으로 의원직을 박탈할 수 없다. 형사사건에서는 금고 이상의 실형이 확정돼야 자격이 상실된다. 그러나 정치적·도덕적으로 그렇게 따져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권력은 일쑤 그런 부려먹기 좋은 자를 하수인으로 활용하려 한다. 벌할 것을 벌하지 않고 오히려 중용한다. 그런 권력에 순응한다면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주권을 범죄자 집단에 내주는 꼴이다. 그런 집단을 심판하기 위해서라도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이 나라의 국민으로 선량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따지고 또 따져야 한다.

 

그는 2012년 국정감사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란 걸 들이대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을 포기했다고 폭로했다.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이 발언의 폭발력은 컸다.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영토를 포기한 비서실장으로 매도됐다. 정문헌은 2012년 10월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생명을 걸겠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영토주권 포기' 발언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후 대통령선거는 영토주권 포기 논란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선거가 끝난 뒤 확인됐지만, 국정원이 소장하고 있던 회의록 원본에는 그런 대목이 없었다. 그러자 사초(대화록 초본) 실종 의혹을 들고나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초본의 폐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장이 정치 전면에 나서서 싸움을 부채질했고, 검찰은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 등을 대통령기록물 폐기 혐의로 기소했다.

 

그렇게 박근혜 정부 1년은 대화록을 둘러싼 싸움박질로 흘러갔다.

 

그러나 법원은 국정원에 원본이 있는 만큼 초본은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극히 상식적인 판결을 내렸다. 또 법원은 대화록 내용을 동네방네 떠들고 다닌 정문헌에 대해서는 국가기밀 누설 혐의를 인정했다. 국가기밀을 왜곡시켜 누설해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왜곡시키고, 박근혜 정부 1년을 난장판으로 만든 정문헌씨의 대화록 파동은 정문헌의 국가기밀 누설사건으로 귀결됐다. 그러나 그에게 떨어진 벌은 벌금 1천만원뿐이다.

 

지난해 말 '청와대 비선조직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터졌다. 청와대 민정수석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생산한 문건이 흘러나와 이른바 십상시의 전횡 의혹이 언론에 보도됐다. 청와대는 즉각 청와대 국기문란 사건으로 규정하는 한편 그 내용은 찌라시 수준의 허위라고 잡아뗐다. 검찰은 이 지침에 따라 문건 생산자들을 족쳤다.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은 구속 기소됐고, 그의 상사였던 조응천 전 비서관은 불구속 기소됐다. 유출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아 구속영장 청구 등 강압수사를 받던 한 경찰은 자살했다. 찌라시 유출에 대한 처벌은 가혹할 정도로 준엄했다.

 

두 사건 앞에서 국민은 혼란스러웠다. 국가안보와 외교관계를 뒤흔들 기밀을 누설한 자는 벌금형으로 봐주고, 청와대 찌라시를 유출한 사람들은 구속당하거나 자살했다. 그때 몇몇 입바른 언론이 지적하긴 했다. 그러나 지금도 정문헌씨는 의정단상에서 국정을 농락하고 있다.

 

 

 

지난 16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투표가 있던 날, 한 통신사가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정문헌씨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반갑게 악수를 나누는 사진을 배포했다. 한 사람은 회의록 왜곡 유출의 장본인이고 다른 한 사람은 유출된 내용을 대선 유세장에서 낭독한 사람이었다. 그것만 보면 이 땅엔 정의란 존재하지 않았다.

 

정문헌씨는 이어 국회 본회의에서 '세종대왕은 인재를 등용함에 있어 청렴하면서 무능한 관리보다는 다소 허물이 있어도 능력이 뛰어난 인물을 선택했다"며 이완구 총리 후보자를 칭송했다. 2년4개월여 전이나 그때나 다를 게 없었다. 청문회 과정에서 이완구 총리 후보자는 공직생활 전 기간에 걸쳐 병역특혜, 아파트 단타매매, 땅 투기, 교수 특혜 채용, 황제 강연 등의 허물을 쌓아왔음이 드러났다. 국민을 밥 먹듯이 속이던 자가 탈·편법의 달인을 두둔하고 있으니, 초록은 동색이다.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그는 '왜 아직도 국회의원인가?' 묻고 또 물어야 하는 이유다. 더는 그 입이 국민을 속이지 못하고, 그 손이 주권을 훔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법과 정치가 방기한다면 나서서 따져야 할 언론까지 침묵한다. 또 다른 이유다.

 

 

<출처 : 한겨레>

 

 

posted by silverstone236 2015. 2. 9. 03:04
정문헌, 결국 그는 아무것도 걸지 않았다

[인물탐구] '대통령 기록물 보호' 주장했던 정치인의 자기모순

 

  ▲  2012년 10월 1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최근 국정감사에서 밝힌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해 NLL 관련 '영토주권 포기' 발언(남측은 앞으로 NLL 주장하지 않을 것)은 사실"이라며 '이것에 본인의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밝히는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


 

그는 대통령기록물을 보호하자고 했다. 자신의 주장은 사실이라며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쟁(政爭)이 시작되자 그는 철저히 변신했고, 침묵했다. 그는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동근)는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안보정책비서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의 NLL 관련 발언을 감추기 위해 두 사람에게 대통령기록물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초본 삭제를 지시했다고 주장해왔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초본은 폐기대상이다.'

허망한 결말과 달리 이 사건 전개과정은 숨 돌릴 틈이 없었다. 노무현과 NLL, 그리고 회의록이라는 세 단어는 2012년 대선 정국을 뒤흔들었고 이듬해 사초 폐기 논란으로 이어졌다. 사법부의 첫 판단이 나오기까지 2년 넘게 한국 사회는 끝없는 갈등을 겪었고 수많은 비용을 치렀다. 정문헌 의원은 이 모든 과정의 '방아쇠'를 당긴 주인공이다.

[논란의 씨앗] 2012년 통일부 국정감사 "노무현 NLL 포기 약속"

2012년 10월 8일 그는 국회 외교통일통상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류우익 통일부 장관에게 물었다.

"2007년 10월 3일 오후 3시 백화원초대소에서 남북 정상은 단독회담을 가졌습니다. 당시 회담 내용은 북한 통일전선부가 녹음을 하였고 통전부는 녹취된 회의록이 비밀 합의사항이라며 우리 측 비선라인과 공유하였습니다. 그 회의록은 현재 전 정권의 폐기 지시에도 불구하고 통일부와 국정원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이 회의록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김정일에게 'NLL 때문에 골치 아프다. 미국이 땅 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니까 남측은 앞으로 NLL 주장을 하지 않을 것이며 이곳에서 공동어로 활동을 하면 NLL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며 구두약속을 해주었습니다."

이 발언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고, 정 의원의 공세는 점점 거침없어졌다. 그는 10월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해 NLL 관련 영토주권 포기 발언은 사실"이라며 "이것에 본인의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약속했다(☞ 기자회견 동영상 바로가기).


10월 23일에는 같은 당 의원들과 함께 대통령기록관으로 달려가 대통령지정기록물인 회의록 열람을 요구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지정기록물의 경우 재적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거나 관할 고등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했을 때에만 공개할 수 있는데도 막무가내로 열람을 요구한 것이다.

[자기모순] 대통령기록물 보호하자더니... 정치생명 걸겠다더니...


▲  새누리당 이철우, 정문헌, 김기현, 신의진 의원이 2012년 10월 12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 '민주당 정부의 영토주권 포기 등 진사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이때 기록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의 회의록 공개 요구 대열 맨앞에 서 있는 정문헌 의원을 보며 황당해했다. 그가 대통령기록물 보호제도 마련을 주장하며 2005년 11월 22일 '예문춘추관법'을 대표 발의했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 법은 후에 정부가 내놓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과 합쳐져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 관장은 2012년 10월 2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현역 의원 가운데는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지정기록물 등을) 제일 잘 아는 분"이라며 "뻔히 알면서 (대통령지정기록물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열람을 요구하는 코미디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의 자기모순은 더 있었다. '정치생명을 걸겠다'던 그의 호언장담과 달리 2013년 6월 24일 국정원이 공개한 회의록 완성본에는 그 어디에도 노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이 없었다. 이틀 튀 정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빗나갔다.

이날 정 의원은 자신의 사퇴를 언급하기는커녕 "NLL을 상납하는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포기'라는 단어가 없다고 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일"이라며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또 "책임져야 할 분은 따로 있다, '사실이면 책임지겠다'고 한 분이 있는데 사퇴를 요구한다"며 문재인 의원을 공격했다. 다만 자신의 '노 대통령 땅 따먹기 발언'은 "착각"이라고 시인하는 정도로 수습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회의록 불법 유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2013년 11월 19일, 정 의원은 다시금 '노무현 NLL 포기' 카드를 꺼냈다. 그는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간의 굴욕적인 정상회담 회의록은 국가기록원에 없었다"며 "명백한 사초실종이고 폐기"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일은 서해 평화협력지대의 조건으로 NLL 포기를 수차례 요구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여러 번 화답했다"며 "NLL 포기는 있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끝까지 침묵] 슬그머니 항소 포기...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3일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김우수)는 그가 회의록 내용을 유출했다는 혐의(비밀 누설)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장기간에 걸쳐 정치·사회적 논란과 대립을 야기하는 등 사안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검찰 의견보다 두 배 무거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 뒤 자신의 행동이 "국민의 알 권리와 NLL 수호를 위한 국회의원의 책무"라고 반박했던 정문헌 의원은 슬그머니 항소를 포기했다. 1월 25일 박완주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항소 포기는 회의록 유출문제가 잘못됐음을 정문헌 의원 스스로도, 새누리당도 알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께 고백한 것"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그로부터 약 10일 후 '사초 폐기는 없었다'는 법원의 판단이 추가로 나왔지만 정 의원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