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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lverstone236 2015. 2. 9. 03:04
정문헌, 결국 그는 아무것도 걸지 않았다

[인물탐구] '대통령 기록물 보호' 주장했던 정치인의 자기모순

 

  ▲  2012년 10월 1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최근 국정감사에서 밝힌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해 NLL 관련 '영토주권 포기' 발언(남측은 앞으로 NLL 주장하지 않을 것)은 사실"이라며 '이것에 본인의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밝히는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


 

그는 대통령기록물을 보호하자고 했다. 자신의 주장은 사실이라며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쟁(政爭)이 시작되자 그는 철저히 변신했고, 침묵했다. 그는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동근)는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안보정책비서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의 NLL 관련 발언을 감추기 위해 두 사람에게 대통령기록물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초본 삭제를 지시했다고 주장해왔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초본은 폐기대상이다.'

허망한 결말과 달리 이 사건 전개과정은 숨 돌릴 틈이 없었다. 노무현과 NLL, 그리고 회의록이라는 세 단어는 2012년 대선 정국을 뒤흔들었고 이듬해 사초 폐기 논란으로 이어졌다. 사법부의 첫 판단이 나오기까지 2년 넘게 한국 사회는 끝없는 갈등을 겪었고 수많은 비용을 치렀다. 정문헌 의원은 이 모든 과정의 '방아쇠'를 당긴 주인공이다.

[논란의 씨앗] 2012년 통일부 국정감사 "노무현 NLL 포기 약속"

2012년 10월 8일 그는 국회 외교통일통상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류우익 통일부 장관에게 물었다.

"2007년 10월 3일 오후 3시 백화원초대소에서 남북 정상은 단독회담을 가졌습니다. 당시 회담 내용은 북한 통일전선부가 녹음을 하였고 통전부는 녹취된 회의록이 비밀 합의사항이라며 우리 측 비선라인과 공유하였습니다. 그 회의록은 현재 전 정권의 폐기 지시에도 불구하고 통일부와 국정원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이 회의록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김정일에게 'NLL 때문에 골치 아프다. 미국이 땅 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니까 남측은 앞으로 NLL 주장을 하지 않을 것이며 이곳에서 공동어로 활동을 하면 NLL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며 구두약속을 해주었습니다."

이 발언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고, 정 의원의 공세는 점점 거침없어졌다. 그는 10월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해 NLL 관련 영토주권 포기 발언은 사실"이라며 "이것에 본인의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약속했다(☞ 기자회견 동영상 바로가기).


10월 23일에는 같은 당 의원들과 함께 대통령기록관으로 달려가 대통령지정기록물인 회의록 열람을 요구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지정기록물의 경우 재적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거나 관할 고등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했을 때에만 공개할 수 있는데도 막무가내로 열람을 요구한 것이다.

[자기모순] 대통령기록물 보호하자더니... 정치생명 걸겠다더니...


▲  새누리당 이철우, 정문헌, 김기현, 신의진 의원이 2012년 10월 12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 '민주당 정부의 영토주권 포기 등 진사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이때 기록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의 회의록 공개 요구 대열 맨앞에 서 있는 정문헌 의원을 보며 황당해했다. 그가 대통령기록물 보호제도 마련을 주장하며 2005년 11월 22일 '예문춘추관법'을 대표 발의했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 법은 후에 정부가 내놓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과 합쳐져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 관장은 2012년 10월 2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현역 의원 가운데는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지정기록물 등을) 제일 잘 아는 분"이라며 "뻔히 알면서 (대통령지정기록물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열람을 요구하는 코미디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의 자기모순은 더 있었다. '정치생명을 걸겠다'던 그의 호언장담과 달리 2013년 6월 24일 국정원이 공개한 회의록 완성본에는 그 어디에도 노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이 없었다. 이틀 튀 정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빗나갔다.

이날 정 의원은 자신의 사퇴를 언급하기는커녕 "NLL을 상납하는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포기'라는 단어가 없다고 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일"이라며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또 "책임져야 할 분은 따로 있다, '사실이면 책임지겠다'고 한 분이 있는데 사퇴를 요구한다"며 문재인 의원을 공격했다. 다만 자신의 '노 대통령 땅 따먹기 발언'은 "착각"이라고 시인하는 정도로 수습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회의록 불법 유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2013년 11월 19일, 정 의원은 다시금 '노무현 NLL 포기' 카드를 꺼냈다. 그는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간의 굴욕적인 정상회담 회의록은 국가기록원에 없었다"며 "명백한 사초실종이고 폐기"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일은 서해 평화협력지대의 조건으로 NLL 포기를 수차례 요구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여러 번 화답했다"며 "NLL 포기는 있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끝까지 침묵] 슬그머니 항소 포기...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3일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김우수)는 그가 회의록 내용을 유출했다는 혐의(비밀 누설)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장기간에 걸쳐 정치·사회적 논란과 대립을 야기하는 등 사안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검찰 의견보다 두 배 무거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 뒤 자신의 행동이 "국민의 알 권리와 NLL 수호를 위한 국회의원의 책무"라고 반박했던 정문헌 의원은 슬그머니 항소를 포기했다. 1월 25일 박완주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항소 포기는 회의록 유출문제가 잘못됐음을 정문헌 의원 스스로도, 새누리당도 알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께 고백한 것"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그로부터 약 10일 후 '사초 폐기는 없었다'는 법원의 판단이 추가로 나왔지만 정 의원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