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현직 직원이 운영하는 ‘양우공제회’의 실체 | |
국정원이 선박에 투자를 하고 있어 세월호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그동안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던 국정원 직원 상조회인 양우공제회의 실체 일부가 <월간중앙>취재결과 드러났다. 월간중앙 보도에 따르면 양우공제회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경영을 하고 있다. 자본금 30억원의 이 단체가 운용하는 자금 규모는 확인한 것만 수천억 원에 이른다.
양우공제회는 법적 근거가 없는 단체다.
국정원 외곽단체 투자사업 내역
특히 양우공제회에는 현직 국정원 직원이 참여하고 있어서 영리사업에 대한 위법성 논란이 있는데도 골프장 운영, 부동산 임대, 펀드 투자 등 다양한 사업에 손을 대고 있다. 일부 사업에는 자본잠식상태에 빠진 뒤로도 매년 수십억~수백억 원의 돈을 메워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공무원법 제64조는 ‘공무원은 공무 이외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는 다른 직무를 겸직 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공무원의 영리 추구를 금지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공무원이 업무상 취득한 정보를 재테크에 활용할 수 있어서다. 그래서 양우공제회는 법적 근거가 없는 단체다.
그동안 몇몇 언론이 양우공제회의 실체를 파악하려 했지만 별 소득을 얻지 못했다. ‘골프장을 운영한다’, ‘사업 자금이 불분명하다’는 식으로 의혹을 되새기는 수준이었다.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점으로 호기심을 자극한 정도였다. 그동안 언론에서는 양우공제회가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의 친목단체 성격의 모임이라고 했지만, 사실과 다르다. 양우공제회는 국정원 ‘현직’ 직원들의 단체다.
국정원 외곽단체인 양우공제회가 수천억 원대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단체의 구체적인 자금 규모와 출처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국정원의 양우공제회와 양지회
국정원에는 두 개의 외곽단체가 있다. 이중 양우공제회는 양지회보다 더 비밀스러운 단체다. '양우공제회'는 국정원 현직 직원들의 공제회이고 ‘양지회’는 국정원 퇴직자들의 친목 단체다. 이 단체들의 존재는 일반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흔한 인터넷 웹사이트도 없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전화번호나 주소 등 기본 정보를 얻기도 힘들다. 정부와 국회 등 어디에도 이 단체들의 현황을 알수 있는 자료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양지회는 사단법인으로 등록된 친목단체다. 양우공제회보다 20년 늦은 1990년에 설립됐다. 회원의 친목과 권익 옹호, 직업 안정, 복지 증진, 국가 안보에 관한 사업을 한다. 회원은 약 7천 명 정도다. 국정원장과 차장 등 최고위직까지 퇴직자 전원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양지회는 이따금 보수단체들의 집회 소식에 참여 단체로 이름을 드러내곤 한다. 지난해 8월 10일 국가 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종북세력 규탄 및 국정원 무장해제 반대 촉구’ 집회에는 국정원 퇴직자 모임 자격으로 참가했다.
양우회와 양지회는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로 구성된, 국정원을 떠받치는 두 기둥인 셈이다. 국정원 측은 “양우공제회는 직원들의 상조회”라며 “(국정원과)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0년 대법원은 한 국정원 직원의 부인이 제기한 이혼소송 과정에서 언급된 양우공제회의 성격을 ‘국정원 외곽단체’로 명시했다.
양우공제회 사무실이 있는 강남구 역삼동 상록회관은 국정원이 소유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관리를 대행하고 있는 건물이다.
국정원의 설명대로라면 양우공제회 자체의 성격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논란의 여지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문제는 공무원은 영리 공제회에 가입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정원이 선박에 투자를 하고 있어 세월호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양우공제회는 선박펀드를 통해 상선 임대사업에 투자했다가 원금의 상당액을 손실했다. 또 항공기를 임대하는 항공기펀드에 투자했다가 원금 대부분을 잃기도 했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련 없음)
양우공제회가 2009년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상선을 사서 임대수익을 얻는 방식인데, 배가 침몰하는 바람에 원금 손실을 봤다. 양우공제회는 투자대행사가 선관주의(善管注意) 의무를 위반해 19억6900만원을 손해 봤다며 대신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6억 2300만원을 배상받는 데 그쳤다. 바로 이 때문에 세월호 사고가 난 뒤 ‘국정원이 선박에 투자를 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고, 세월호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골프장 사업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다. 양우공제회와 양지회 모두 골프장 사업에 적극적이다. 국정원 퇴직자들의 친목단체인 양지회는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과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에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산동의 골프연습장은 1990년에 개장했다. 대지 3천㎡(약900평)의 제법 큰 규모다. 100야드짜리 36타석을 갖췄고 지상 4층에 스크린골프장도 운영한다. 해당 지번의 올해 공시지가(㎡당 354만4천원)로 계산하면 토지가치만 100억원에 이른다. 처음 개장했을 때보다 부동산 가치가 3배가량 올랐다. 안양에 있는 연습장은 이보다 더 크다. 대지만 1만5540㎡(약 4700평)에 달하고 지하1층·지상3층 규모로 길이 190야드에 72타석을 갖췄다. 공시지가로 따진 부동산 가치는 약 50억원이다. 두 개의 골프연습장을 통해 양지회는 연간 1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린다. 경비를 빼면 순수익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양우공제회가 자회사를 통해 투자한 골프장은 확인된 것만 국내에 2곳, 해외에 1곳이 있다. 2천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했지만 대부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자본잠식 상태여서 원금도 되찾기 어려운 상태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양지회가 운영하는 안양의 골프연습장, 양우공제회가 운영하는 원주 파크밸리CC, 양지회의 영등포 골프연습장 건물.
양우공제회의 골프장 사업 규모는 양지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양우공제회가 처음 사들인 골프장은 S식품에서 운영하던 강원도 원주의 파크밸리 골프클럽이다. 치악산 기슭의 50만 평 부지에 18홀짜리 퍼블릭 골프장으로 1996년에 개장했다. 양우공제회는 2003년에 500억원을 일시금으로 지불하고 골프장을 사들였다. 골프장을 운영하기 위해 강원레저개발㈜란 회사를 설립했다. 운영자금까지 더해 인수 당시에만 540억원을 썼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말까지 골프장에 빌려준 돈이 508억원이나 된다. 이 골프장에만 10년 새 1천억원 넘는 돈을 쓴 것이다.
이렇게 양우공제회는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데에는 적극적이지만 사업체를 관리하거나 경영하는 능력은 그리 신통치 않다. 우선 1천억원 이상 들어간 원주 파크밸리CC의 성적표를 보자. 이 골프장을 운영하기 위해 양우공제회가 전액 출자해 설립한 강원레저개발은 2013년 말 기준으로 자본금 88억원에 총부채가 512억원이나 된다.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581%에 달한다. 지난해 골프장 운영 매출이 77억원이었지만 11억원의 적자를 냈다.
비밀 유지를 생명처럼 여기는 국정원의 특성은 양우공제회의 운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국가 안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관련 단체까지 비밀주의로 일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리케이드가 겹겹이 쳐진 내곡동 국정원 청사 입구.
금융업계에서 양우공제회의 투자금 규모는 3천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양우공제회의 밑천은 국정원 직원들이 월급의 7% 정도씩 떼는, 약 10여 만원의 공제회비다. 국정원 직원이 5천 명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연간 적립할 수 있는 기금은 6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 돈은 퇴직자들에게 ‘연구비’ 명목으로 일정기간 지급하는 재원으로도 쓰인다. 일시금으로는 1억원 정도이고 직급에 따라 월 100만여 원씩 7~8년 정도 연금 형태로도 준다. 직원들이 모은 돈만으로 퇴직자에게 연금을 주고도 각종 사업에 수천억 원씩 투자한다는 건 설득력이 없다. 다른 도움이 없다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출처 : 서울의 소리, 월간중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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