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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5.08 이승복 어린이, 정말 공산당이 싫었나요
posted by silverstone236 2015. 5. 8. 03:47

이승복 어린이, 정말 공산당이 싫었나요

 

한국근현대사 최대 오보 논란, 조선일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42년 전인 1973년, 반공글짓기에 나가 큰 상을 수상했던 '모범어린이'였다. 하일식 교수는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다. "학교에선 매년 이승복을 추모하는 웅변대회와 글짓기대회가 열렸고, 모두가 이승복을 떠받들었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말이 정부에 의해 정책적으로 널리 퍼지던 시기였다. 어린이들은 이승복의 죽음이 숭고했다는 교육을 강력하게 받았다."

 

이승복 어린이가 공비에의해 죽기 전 말했다고 알려진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는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반공독재정권을 유지하는데 좋은 선전도구였다. 1968년 울진 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 당시 강원도 평창군에 살던 9살 국민학생 이승복 군은 12월 9일 밤 어머니와 남동생, 여동생과 함께 공비에게 살해당했다. 당시 형 학관(15)군만 생존했다.

 

이 사건은 12월 11일자 조선일보 3면 톱기사에서 다뤄졌다. 제목은 <"공산당이 싫어요" 어린 항거 입 찢어>. 조선일보는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학관 군의 주장을 인용해 "공비들은 가족 5명을 안방에 몰아넣은 다음 북괴의 선전을 했다. 승복 어린이가 '우리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얼굴을 찡그리자 그 중 1명이 승복군을 끌고 밖으로 나갔으며…입버릇을 고쳐 주겠다면서 양손가락을 입 속에 넣어 찢은 다음 돌로 내리쳐 죽였다"고 보도했다. 실로 참혹한 보도였다.

 

이 사건은 도덕 교과서에 실렸다. 초등학교마다 이승복의 동상이 세워졌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이 한 마디가 한국의 반공이데올로기 교육에 미친 영향력은 컸다. 이후 언론민주화시기를 거치며 해당 기사가 "안보를 정권유지 수단으로 악용해 온 군사독재정권과 이에 편승해 안보상업주의를 추구해 온 언론의 합작품"이라는 주장이 나오며 해당 보도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됐다.

 

 

 

1968년 12월11일자 조선일보 기사

 

 

1992년, 자유기고가 김종배씨(전 미디어오늘 편집국장)는 학관씨와 인터뷰를 통해 그가 조선일보 기자를 만난 적이 없다는 기사를 썼다. 1998년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대한민국 오보50선을 선정하며 조선일보의 이승복 보도를 오보로 분류했다. 이에 조선일보가 언론연대 김주언 사무총장과 김종배 기자 등에게 소송을 제기하며 오보논쟁이 본격화됐다. 쟁점은 조선일보 기자가 직접 현장에서 취재를 했는지 여부였다.

 

월간조선은 장남 학관씨가 중상을 입고 마을을 내려오다가 친척집에 들러 주민 최순옥 씨에게 승복 군의 죽음에 대해 얘기했고 최순옥 씨가 이튿날 아침 사건 현장에서 입이 찢어진 시체의 모습에 의아해하던 군인 장교에게 승복군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반박했다. 이야기가 사람의 입을 타고 전해지다 기사를 쓴 조선일보 강인원 기자에게 전달됐다는 주장이었다. 조선일보는 1968년 12월10일 찍은 사진 15장을 근거로 강인원 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취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변호인측은 "한국사진학회 감정결과 강인원 기자가 사진 속 본인이라고 지목한 인물은 마을 주민"이라고 반박했다. 조선일보가 제출한 강인원 기자 인물사진은 파카차림에 군화를 신고 있었다. 2심 재판부는 2004년 '강인원 기자가 현장 사진에 자신의 모습이 찍혀있었다고 허위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측은 사건현장 도착 당시 이승복 가족의 시신이 마당에 옥수수섶더미로 덮여 있었다고 밝혔지만, 같은 현장에 있었던 경향신문 기자는 조선일보가 말한 시간대에 시체가 입관돼 있었다고 주장해 논란이 계속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2009년 강인원 기자가 사건 현장에서 직접 취재했다고 판단하고 조선일보의 이승복 보도는 사실이라고 판결했다. 동시에 조선일보 오보를 주장했던 김종배 기자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의혹보도 역시 충분한 구체성을 가지고 있다면 언론의 자유에서 용인할 수 있다"며 위법성 조각사유를 인정했다. 이승복 오보 논란은 이렇게 끝났다. 당시 조선일보측 소송대리인을 맡았던 김태수 변호사는 2014년 책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조갑제닷컴)를 펴냈다. 조선일보는 이 책 536부를 사내복지기금으로 구입해 전 사원을 대상으로 배포했다.

 

하지만 기자들 사이에서 이승복 보도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논쟁거리다. 이와 관련 1968년 당시 중앙일보 기자였던 김진규 전 한국기자협회장은 2007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주장을 펼쳤다. 김진규 전 회장은 "1968년 당시 법조팀에서 사회부 데스크를 보던 조선일보 최모 기자가 후배기자의 전화송고를 받아쓰면서 기사에다가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말을 덧붙여 가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 기자가 기사가 실린 날 오후 법원에 나와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말을 가필했더니 사회면에 크게 실렸다고 떠벌리고 다녔다. 내 양심을 걸고 하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오직 진실은 냉전시대에 희생당한 이승복 어린이만 알고 있다.

 

 

<출처 : 미디어오늘>